2008년 08월 02일
[스쿨 데이즈] 막장으로 달리는 애니화
내가 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오래 전, 오버플로라는 에로게브랜드에서 제작한 동명의 게임을 인상깊게 플레이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군복무 도중 스쿨 데이즈가 애니메이션화 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기대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와는 반대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가 게임의 수많은 멀티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을 기반으로 제작될지 불안감 역시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내심 당연히「선혈의 결말」엔딩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화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고, 드디어 애니메이션의 방영이 시작될 당시에는 군생활을 하는 동안 동안 밀려버린 다른 애니메이션을 보는 데 여념이 없었기 때문에 스쿨 데이즈는 뒷전으로 미뤄두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애니메이션이 종영되어갈 무렵, 마지막 화가 방송중지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받고 나서였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첫 방송으로부터 1년이 지나서야 이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이토 마코토와 카츠라 코토노하,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미소녀게임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가 흔히들 '야애니'라고 부르는 성인용 애니메이션화 하는 경우이고, 두번째 경우는 시나리오나 게임성을 인정받은 게임이 전연령 애니메이션화 되는 경우이다(간혹 연령 제한이 생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스쿨 데이즈의 경우 굳이 구분하자면 두번째에 해당하고, 이쪽에 속하는 애니메이션 대다수가 그렇듯이 스쿨 데이즈 역시 게임의 시나리오 여럿을 하나의 이야기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은 게임에서 표현되는 방대한 분량의 텍스트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제한된 매체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많은 생략이 이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달력이 떨어지게 돼 게임에 비해 감동이 반감되거나 각종 설정이나 전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스쿨 데이즈의 경우, 원작 게임이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문장을 영상으로 변환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축소나 생략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줄 만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고는 해도 애초에 원작 자체가 애니메이션인 게임을 어째서 굳이 애니화 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게다가 게임의 시나리오가 6화 구성으로 이루어진 데 비해 애니메이션은 그 두 배인 1쿨(12화)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한 데 모으면서도 이렇다할 내용의 축약 없이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스쿨 데이즈에 정상적인 엔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바바로아」라든가「세츠나의 마음」등은 '정상적인 엔딩' 범주에는 들어가겠지만, 독특하게도 '스쿨 데이즈'는 시작부터 코토노하라는 애인이 버젓이 존재하는 데다, 반드시 한 번 이상 애인을 바꾸는 선택을 강요하는 게임이라는 게 문제. 거기어 한 술 더떠 여러 히로인의 스토리를 섞어놨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마코토는 역사상 둘도 없을 개○끼에 근성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바람둥이가 되었다.

2. 표현의 한계, 서비스 신의 부재
스쿨 데이즈는 성인용 등급을 달고 방영된 것에 비해 표현에 있어 상당히 절제된 모습을 보여준다. 방송판의 경우 4화의 목욕씬은 아예 정지된 화면일 정도고, 무삭제인 DVD판이라 해도 그리 높은 수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정사 신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잘려나가있는 데다가, 심지어 12화는 방송 전 발생한 사고로 인해 혈흔 등이 전부 먹물화 되어 까맣게 칠해진 채 방영되었다. 서비스 신 역시 상당히 빈약해서, 수영장을 무대로 한 5화에서조차 오프닝에 가슴이 클로즈업 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었다.
물론, 대중을 대상으로 한 TVA의 특성상 대놓고 정사 신을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코토의 한심한 연애질만 보고 있기엔 12화라는 분량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야애니를 제작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3. 하지만 비교적 잘 만들어진 OVA
본편이 원작에 없었던 내용의 추가와 적절한 각색에도 불구하고 막장으로만 달려나간 데 비해, PS2판 스쿨 데이즈 L×H 발매기념으로 제작된 OVA '발렌타인 데이즈'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었다. 서비스 신도 적당히 있었고, 개그도 적당했다. 캐릭터들의 성격도 잘 살려낸 데다 무엇보다 세카이와 오토메를 연적으로 두고 거기에 코토노하가 끼어드는 등 캐릭터 간의 관계를 재설정해서 원작이나 TVA와는 또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마지막의 반전 역시 볼거리.

게임을 플레이 한지도 어느새 2년이 다돼가는 참에 늦게나마 애니메이션을 봤다. 새롭게 느껴지는 장면도, 미흡한 부분도 많이 있었고, 아마도 원작의 팬이 아니라면 짜증나서 끝까지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작품이 작품인지라 나름대로 이것저것 살펴가며 관심있게 본 것 같다. 그래도 끝까지 보고 나니 '보길 잘 했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고, 오랜만에 게임도 해보고 싶지만 역시 귀찮아서 이렇게 리뷰나 끄적이는 정도가 한계일 것 같다.
여담이지만, 스쿨 데이즈의 가장 큰 성과는 역시 [Nice boat.]가 아닐까. 자포자긴지 이거 매지컬 하트 코코로짱에서도 소재로 써먹더라. 흠좀무.

# by | 2008/08/02 18:42 | 애니메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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